산사는 스님들의 수행 공간이다. 일반인들은 구경만 하거나 기껏해야 예불만 하고 간다. 하지만 최근 절에서는 일반인들이 스님들과 함께 숙식을 같이하며 절의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일상적으로 어느 사찰에서나 행해지는 기본적인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새벽 예불과 기도, 명상 혹은 좌선 그리고 밥과 국 반찬, 물을 받아 먹는 발우공양 등이 그것이다. 밭에 나가거나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쓰는 울력, ‘스님과 다담 나누기’도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이 외에 절마다 특성화된 문화 프로그램이 있다. 당일 코스에서 1박2일, 2박3일 코스까지 있다. 체험 비용은 따로 받지 않는 곳에서부터 3만원까지 다양하며,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5만5000원 상품도 있다.

 조계사 에 들르면 서울의 중심에서 어찌 이런 공간이 있을까 싶다. 왁자지껄하고 전혀 종교적인 공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종로통에 떡하니 자리잡은 조계사 대웅전은 누구에게나 잠시 마음을 비우며 쉬어갈 만한 휴식처이다. 이곳에서는 짧게는 2시간부터 4시간까지 사찰안내와 다도, 참선을 한다. 원하는 이에 한해서 발우공양과 연등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예약은 6명 이상에 10일 이전에 해야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강화 삼랑성 축제로도 유명한 전등사 는 계절에 따라 가까운 저수지로의 산책에서부터 갯벌체험이나 해양보트 체험, 고인돌 탐방, 강화에 산적해 있는 역사 유적 둘러보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남 공주의 마곡사 에서 하는 자비명상은 자신을 비롯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에게 사랑과 자비를 보내는 법을 배우고 남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 같은 프로그램이다. 마가 스님의 따뜻한 안내로 자비의 바다에 빠져볼 수 있다. 공주의 또다른 절 갑사 는 승병으로 영규대사나 사명대사가 계셨던 곳으로, 정통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탄허 스님의 유지가 빛나는 대전의 자광사 나 계룡산자락의 무상사 는 스님들의 동안거 하안거가 시작되고 끝나는 결제와 해제기간에 누구나 1주일 이상씩 선수행을 할 수 있다. 또 외국인이 방문해도 안내해줄 수 있는 스님들이 계신 곳이다.

서산의 부석사 에서는 천수만으로 나가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하면 좋다.

전라남도의 화엄사 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땅끝마을 해남을 가면 ‘편안한 템플스테이’의 대명사, ‘새벽숲길’이 운영되는 대흥사 에 이른다. 그리고 달마산의 바위산과 맑디맑은 하늘과 대웅전의 고즈넉함이 그저 머무를 수밖에 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미황사 가 있다. 여름과 겨울에 어린이 한문학당을 운영한다.강원도 월정사 는 ‘천년의 기다림’이라는 휴식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백년 동안 낯선 길손들을 지혜의 문으로 인도한 전나무 숲을 지나면 나타난다. 홍련암의 빼어난 경치와 의상대사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낙산사 에서는 주중에도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볼 수 있다.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사찰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인데 그런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낙산사이다.

전국 사찰 중 세 가지 보물이라는 ‘삼보사찰’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께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 에서 금강계단(金剛戒壇) 주위를 삼보일배하고 나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 프로그램이 어렵지만 많은 단체나 회사들에서 찾는다.

부처님의 팔만대장경이 주불전보다 높이 모셔져 있는 합천 해인사 를 가본 적이 있는가? 그곳에는 엄격한 아침 예불이 있다. 해인사 프로그램은 그 엄격함 때문에 불교계에서 ‘해병대 훈련’이라고 불린다.

국사들이 많이 배출된 순천 송광사 는 대웅전으로 이르는 스님들의 안행(기러기처럼 한 줄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수백 명 스님들의 평온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치열함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김천의 직지사는 잘 가꾸어진 사찰 안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낭만적이다.
(이고은·조계사 산사체험 담당)

2003.10.24.조선일보